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
종서 형의 영전에 바침
2020. 6. 7.
한종서 (韓鍾瑞) 형이 떠납니다. 오랫동안 지고 다니던 무겁고 고된 육신의 덫을 벗어 던지고 밝고 가벼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종서 형의 떠남이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나라에 자리잡을 축복 받은 영혼을 생각하며 우리의 마음은 오히려 가볍습니다.
종서 형과 제가 사수(射手)와 조수(助手)로서 보낸 인생 행로는 72년 가을 런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조선소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던 시절입니다. 런던 지점은 그 시절 조선소의 심장이었습니다. 선박 영업과 기술 도입 업무를 종서 형은 맡고 있었습니다. 종서 형은 사수 저는 조수였습니다. 그 뒤 50여년을 저는 종서 형을 따라 다니는 조수였습니다. 일 하는 데서 그랬을 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도 종서 형은 저의 삶을 이끄는 사수였습니다.
하루 종일 일 밖에 할 일이 없던 시절, 잠자는 동안에도 일을 꿈꾸던 시절,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일의 결말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였습니다. 톱니 바퀴처럼 맞물려 돌아 가는 시간 속에서도 종서 형은 가끔 느닷없는 일탈로 사소한 행복을 만들곤 했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종서 형은 암청색 현대 건설 점퍼를 걸치고 저와 함께 옥스포드 거리로 나섰습니다. 안개처럼 흩날리는 런던의 보슬비를 맞으며, 옥스포드 거리의 쇼윈도를 들여다 보며, 쇼 윈도 안에 진열된 최신 유행 상품보다 그 쇼윈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