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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ough is Enough
  Author : 황성혁     Date : 05-10-11 10:32     Hit : 12866    
 
 
운송신문 9월26일자 3면에 실린 칼럼입니다.
 

Enough is Enough

지난 삼 년 동안 나는 금강산을 두 번 다녀 왔다. 한번은 화창한 여름날에, 한번은 눈이 한길씩 쌓인 겨울에 눈 속에 깎아 놓은 길로 다녀왔다. 핑계만 나면 또 갈 작정이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는 상팔담의 에메랄드 색 선녀들의 목욕탕이 눈에 선하다. 한길 눈을 파낸 만물상 오르는 홈통길을 잊지 못한다. 삼일포 물위에 걸친 어지럽게 흔들리는 줄 다리며, 구룡포 올라가는 길을 따라 흐르는, 혼탁한 귀와 마음을 씻어 내리는 소쇄한 녹색 물줄기,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붙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내게는 그것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의 숨결까지 거기 있었다.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이, 풀 한 포기에 까지 스민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지난 봄 금강산을 떠날 때 관리자는 지나가는 말로 인사를 하였다. “자주 또 오세요” 나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귀찮을 정도로 자꾸 올 거에요. 죽기 전에 한 백 번쯤은 오려고 해요” 닫혀 있던 금강산도 점점 열리고,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으리라고 한다. 발길이 그 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의 친구는 아름답고 문화적 유산을 갖춘 곳이면 그것이 어디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러면서도 금강산 방문은 한사코 거부한다. 그는 말한다. 여행은 자유를 의미한다. 구석구석 따라다니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여행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여행에 비정상적인 돈을 강요해서 그것을 정치적 목적에 쓴다는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다. 그들이 갈망하는 외화를 공급하는 여행객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딱딱거리는 자세를 보는 것이 증오스럽다. 경우 바르고 예의를 갖춰 손님을 맞는 곳도 많은데 왜 고마움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거기에 큰돈 들여가며 간단 말인가.

나는 그에게 동의한다. 출입국 관리소의 말단직원들까지 소중한 손님을 자기집 종 다루듯 한다. 줄을 서라. 숫자를 맞춰라. 망원 카메라는 안 된다. 시사잡지나 정치에 관한 책은 가져오지 말아라, 정해놓은 길로만 다녀라. 쓰레기 버리면 벌금이다, 변소도 돈 내고 보아라. 그저 정나미가 떨어지는 일 뿐이다. 나이든 어른이 변소를 찾지 못해 바깥에서 일을 보았다고 했다. 끝까지 추적해서 그것을 그의 손으로 담아오게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협박으로 이야기 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의 짓이거니 하면서도 삭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왜소한 군인들, 관광 버스만 보면 돌아 앉는 밭일 하는 아낙들, 그 모든 것들이 여행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도 나는 금강산으로 가고자 했다. 그 사람들을 보지 않고 오직 금강산만 참배하려 했다. 그 속에 있는 나무와 물과 돌과 거기 스민 우리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만 보며 가기로 했다. 돌마다 깊이 파놓은 개인 숭배의 그 칼자국에 외면하고 그것의 몽매함도 무시 하고자 했다.

현대 아산에 대해 북쪽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례를 저질렀다. 회사의 인사문제에 직접 간섭을 하고 나섰고, 현 회장에게 보여야 할 최소한의 예의도 무시했다. 통솔력을 잃은 패잔병 집단 같았다. 쌍방의 합의에 따라 결정된 관광객 숫자를 일방적으로 변경해서 그들 스스로를 무뢰배로 만들어 놓았다. 현대 아산에 대해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들의 확고한 견해이다. 금 덩어리 같던 현대상선이 거덜나고, 찬란하던 현대그룹이 와해 된 것이 북한 사업 때문이었다. 아무도 감히 손대지 않으려 할 때, 스스로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현대 아산이었다. 회장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계속되는 적자를 감수 하면서 사업을 계속한 것은 거기서 이익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정 주영 회장과 그 뒤를 이은 사람들의 염원을 받들자는 것이었다. 북쪽 주민들과 북쪽의 경제에 도움을 주고, 북쪽과의 교류를 늘려, 조국의 통일을 순조롭게 이루자는 염원 때문이었다. 그 동안 북쪽은 사람 가는 것, 물건 들어가는 것에 끊임없이 돈을 뜯어내고, 턱도 없는 요구를 계속하였고, 그러면서 마치 큰 은혜나 베푸는 것처럼 떵떵거렸다. 그것이 없는 자의 허장성세라는 것을 이해 하고 그들의 태도가 달라 질 때까지 기다리며 지금까지 참아 왔던 것이다. 현 정은 회장이 대북사업으로부터 이쯤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단호한 결심을 보였다. 나는 그분에게 성원을 보낸다. 그것은 그래야 하는 것이다. 할 만큼 했고, 모든 것을 되돌아 보고,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결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북측 관계자들의 태도가 바뀌거나, 북측 관계자들이 바뀔 때까지, 나도 한동안 금강산 가겠다는 생각을 접어야겠다.

북측이 한국의 다른 관광업체에 개성관광에 대한 권한을 주겠다고 추파를 보냈다고 한다. 법적인 무지를 내 보인 추태다. 아산이 가진 독점적 권한은 그들과 합의한 것이며 그것을 지켜야 할 사람은 그들인 것이다. 이 모든 파란의 진원인 김 윤규 전 부회장이 “북한 사업은 현대라는 개인 회사의 것이 아니라 민족적 사업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라도 도움을 요청 하면 힘을 다해 돕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이 중요하고 미묘한 사업이 그의 주먹 안에 있다는 어조다. 어리석은 사람. 조용히 있었으면 일말의 동정이라도 받았을 것을. 북측이 그 한 사람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그 사람의 복직을 요구하는 이유가 그와의 개인적인 밀약 때문이라는 세간의 낭설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정황에서 그에게 부탁을 할 얼빠진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다니.

통일부 장관이 현 회장의 결단에 대해 평양에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평양 회담의 부드러운 진행을 고려한 제스처라고 이해 하고 싶지만, 이런 경우 한국의 관리는 무엇보다 먼저 현대아산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서야 했다. 그들이 투자한 그 엄청난 자산과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권리를 보호하고 나서야 했다. 그 분의 경솔한 발언에 한두 번 식상한 것이 아니지만, 그의 불쾌감에 온 국민이 불쾌해 하고 있음을 그분은 이해하고 있을까.

퍼주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다고 동의 한다. 그러나 그것이 끝없는 응석을 받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 하지 않는다. 받아 들여서는 안 될 일은 받아 들여서는 안 된다. 통일은 우리의 지상과제이지만 그것은 상호 존중과 기본적인 예의, 논리적인 협의를 바탕으로 진행 되어야 한다. 밀어 붙이기는 결코 백년대계가 될 수 없다.
진실로 통일의 바람직한 모습을 깊이 생각하고 걱정해야 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