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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좀 먹는 시끄러움
  Author : 황성혁     Date : 06-02-20 11:30     Hit : 18956    
 
 
운송신문 2월 13일자에 실린 원고입니다.
 

영혼을 좀 먹는 시끄러움

로마 교황집무실에는 맥스 어만의 “절실한 소망 (DESIDERATA)” 라는 시가 걸려 있고 그 중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은 피하십시요. 그들은 영혼을 괴롭힙니다.

지난 1월 중순 홍콩친구들과 함께 상해에서 선박 진수식에 참석했었다. 첫 날 저녁 식탁에서였다. 새해 덕담들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를 막고 싶은 화제로 넘어갔다. 홍콩에서 벌인 한국 사회 운동가들의 활극에 관한 이야기였다. 화제를 돌려 보려고 해 보았지만 화제는 거기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수 천명씩 떼를 지어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서 몽둥이를 들고 경찰을 공격하는 것이다. 천 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구속된 것이다. 그 중 어떤 여인들은 성폭행 당했다고 떠들어 대는 것이다. 아이들까지 홍콩으로 들어와서 피켓을 들고 법을 어긴 부모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이다. 빨리 풀어주지 않으면 다시 수 천명이 들어와서 홍콩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홍콩경찰은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최루탄을 사용했고 폭동 진압 경찰까지 동원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조용히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법 지키는 것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고 사는 홍콩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친구는 마지막으로 내 귀에 쐐기를 박았다. “그 친구들이 말했다는 거야. 이번에 홍콩경찰은 봐줘서 좀 부드럽게 다루었지만 한국 경찰 같았으면 박살을 내었다는 거야. 한국에서는 경찰을 공격하여도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다는 거야. 정말 그런가”. 나는 급히 참견을 했다. “지금 한국은 사회적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과정이어서 좀 생각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난동을 부려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참아 주는 거지. 그런 상황이 오래 갈수야 없지.” 나는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 되 물었다. “그런데 그 폭도라는 사람들을 홍콩 경찰은 어떻게 그렇게 금방 풀어 주었지” 그들은 농담하듯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홍콩 사람들이 그랬으면 몇 년은 감방에 갇혔어야 했을거야. 홍콩 경찰도 그렇고 법원도 그렇고 모두 그 돌발적인 일에 얼이 빠져서 제 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쌀시장의 개방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동안 거리는 소란스러웠다. 쇠 파이프가 난무했고, 결국 경찰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두 명의 시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맨 먼저 사과하고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은 그 불법적 폭력사태를 주도하고 두 사람을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시위의 지도자들로 보였다. 오히려 그들은 계속 목청을 있는 대로 높혀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 내었고 마침내 경찰청장의 자리를 빼앗았다. 나는 아직도 왜 대통령이 그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는지, 어떤 잘못 때문에 경찰총장은 물러나야 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 대사가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느 건물로 들어 가려고 하자 그 건물에 세 들어 있던 민주노총 간부들이 막았다고 한다. “조지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책의 첨병 노릇을 하며 반통일적 언행을 일삼는 미대사가 민주노총이 있는 건물에 들어 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프라카트와 피켙 곁에 선 그들은 활짝 웃음을 짓고 있었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세상의 많은 나라는 치안을 맡은 사람에게 공격적 시늉만 하여도 총을 쏠 권리를 준다고 한다. 그들이 인권을 하찮게 여겨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선량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소수를 차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는 사회에 살게 되었고, 오직 법을 어기는 것이 자랑이며, 법에 덤벼드는 것이 용기이며, 목소리 크기만으로 시비의 척도를 삼으려는 풍조가 떳떳이 자리잡게 되었다.
이제 매를 들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그들은 누구인지, 우리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확실히 가르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저 부끄러워하고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은 가려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쇠파이프 든 떠들썩한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끌려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목소리를 낮추자. 소리치기 전에, 거리로 튀어 나오기 전에, 남을 공격하기 전에, 한번만 단 한 순간 만이라도 자신을 되돌아 보자.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조용히 스스로를 억제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긴다는 이 쉬운 진실에 귀 기울이자. 떠드는 사람들은 그들의 영혼을 괴롭히고 남의 영혼까지 어지럽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