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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 there be a yard II
  Author : 황성혁     Date : 09-01-21 14:39     Hit : 19214    
   20칼럼95.pdf (707.7K), Down : 58, 2009-04-09 16:53:10
 
 
"조선학회지 10월호 에 실었던 표제 column의 2 부가 학회지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1부는 원고를 번역한 뒤 Scotland에 보내어 영문판이 나오기까지의 episode였습니다. 2부는 영문판이 출판 된 뒤 판권을 Scottish 출판사로부터 회수해 오는 파란만장한 과정을 실었습니다. 하도 장황하고 복잡해서 줄이고 줄였지만 7 페이지나 되었습니다. 두 번에 나누어 실을까 했으나 편집자가 한번에 실어 주어서 이처럼 되었습니다. 지루하시더라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LET THERE BE A YARD II

                                                                                                                           황   성  혁

2008년 6월2일 오후 2시 인천을 떠난 뒤 프라하를 거쳐 아테네에 도착한 것은 6월3일 새벽 한시 반이었다. 우선 메리어트 호텔에서 눈을 붙이고 오후에 아내와 막내와 함께 느긋하게 POSIDONIA 선박 박람회장을 찾았다. 다섯 해 동안 계속 되는 조선해운의 호황을 반영하듯 박람회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는 한국관과 몇몇 조선공업 전시관을 둘러보고 WITHERBY SEAMANSHIP 출판사의 전시실을 찾았다. 엊저녁 잠을 자면서도 책의 전시실 꿈을 꾸었다. 내 책의 영역판 “LET THERE BE A SHIPYARD”가 첫 모습을 보이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책은 다른 책들의 한가운데 놓여서 하얗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흰 표지에 둘째 며느리 민진이 그린 내 초상화가 첫눈에 들어왔다. 여러 사람들이 줄을 지어 사고 있었다. 내가 들어 서자 HEATHCOTE 이사는 나를 포옹했다. 꿈 같은 일이었다. “책이 아주 많이 팔렸어요. 아주 많이 팔릴 것 같아요” 스코틀랜드 국영 TV 도 와있고 GLASGOW 신문도 취재하러 나와 있다고 했다. 나는 우선 책 두 권을 들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 갔다. 어서 책의 내용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서명 행사와 TV, 신문기자와의 인터뷰도 다음날 오후에 하기로 했다. 구름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내 책이 영어로 나오다니. 그것도 외국에서 신나게 팔리고 있다니.

그러나 열광은 거기까지였다. 책을 열고 목차를 보고 책 안의 배열을 보면서 나는 절망에 빠져버렸다.
제1부 제2주 제3부에는 각각 열개의 이야기기 있었다. 그런데 목차에는 열개의 이야기의 제목과 부제목을 같은 크기의 활자로 붙여 놓아 어떤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계속되는 지 구분되지 않았다. 본문도 마찬가지였다. 똑 같은 활자로 계속 붙여 놓아 열개의 이야기가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헷갈려 이야기의 제목까지 마음대로 바꿔 놓았다. 특히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의 하나인 “KURT JW SCHOU” 는 엉뚱하게도 “THOSE FIRST BIG SALES” 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바로 E-MAIL 을 출판사에 보냈다. 석 달 동안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PISODE 의 시작과 끝이 전혀 구분되지 않아 이 책은 질서를 잃어 버렸다. 부제목을 넣는 경우 당신들은 EPISODE를 구분하기 위해 제목과 부제목의 활자 크기를 다르게 하기로 약속했지 않았나. 또 왜 “KURT SCHOU” 제목을 바꿨나. 본문에서는 왜 각 EPISODE를 모두 줄줄이 붙여 한 덩어리로 만들어 놓았나. 나는 고등학교시절 학보를 편집한적이 있다. 그때도 이렇게 책을 만들지는 않았다. 세계적인 출판사가 책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내일 저자 서명 모임에 참석할 의도가 없으며, 출판사가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책을 주문하고자 하는 모든 친구들에게 이 책은 내 책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들은 바로 회신을 하였다.
‘책은 저자가 보내 준대로 글자 하나 안 바꾸고 만들었다. 영문판의 제작에 관해서는 편집과 출판에 관해 출판사가 권한을 갖는다 라는 계약서를 보아주기 바란다. 더구나 책은 지금 아주 잘 팔리고 있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의 경험을 존중해주기 바라며 시장의 반응을 기다려 주기 바란다. 그 반응에 귀하가 깜짝 놀라리라고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
나는 즉각 회신했다.
‘지금 책이 팔리는 것은 속에 가시가 가득 숨겨진 파이를 파는 것과 같다. 내 이름 때문에 책을 사가지만 한번 읽은 사람은 그 책의 품질에 금방 실망할 것이다.’
그들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당신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지 못했을지 모르나 우리가 보기에 책은 잘 된 것으로 본다. 더 이상 판촉에 관여 하기 싫다면 하지 말라. 당신의 책은 인기가 있고 책의 판매는 열광적이라 표현할 수 있다.’

어처구니 없어 대꾸할 수도 없었다. 내가 팔팔 뛰어 보았으나 그들의 반응이 너무 대범하고 여유가 있어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다. 내 표정이 하도 처참해서 아내부터가 걱정을 시작했다. “그 정도면 괜찮은 건지도 모르잖아요. 그냥 받아들이고 뜸을 들여서 고치지요.”

영국 출판사의 고자세는 책이 나오기 전부터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계약서는 번드레하게 만들어 졌지만 대화는 온통 일방적이었다. JAMES FREELAND를 위시한 모든 친구들이 ‘계약조건은 일류 POP STAR 의 자서전에 해당하는 수준’ 이라고 놀라워했다. 인세는 판매액의 15%를 주고, 완성본 20권을 저자에게 무료증정 하는 등 파격적이었다.

번역자가 자기 이름을 책 표지에 넣어 주기를 원해서 나는 별 생각 없이 번역자의 이름을 표지에 넣자고 했다. 그들은 벼락치듯 얼러 대었다.
‘표지에는 저자의 이름, 출판사 이름 외에는 들어 갈수 없다. 우리 회사의 이러한 사시를 바꿀 수 없고 새로운 관행을 만들 생각도 없다.’

나는 또 아주 부드럽고 건설적인 제안을 하였다.
‘ADAM CORBETT 가 책이 언제 나오는지 물어왔다. 거기에 맞춰 TRADEWIND 잡지에 책의 출판 안내를 내겠다고 한다. 책의 표지를 속히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매달 KOREA REPORT를 발행해서 우리 고객들에게 내 보내고 있다. POSIDONIA 에서 책을 전시할 당신들의 전시관 번호가 나왔으면 5월초 KOREA REPORT 에 안내하겠다.’
책의 판촉을 하겠다는 내 서한의 내용도 읽어보지 않고 그들은 화부터 내었다.
‘아시다시피 POSIDONIA 전시 계획은 우리 회사로서는 중대한 행사이고 당신 책 이외에도 많은 책을 전시해야 하며 여러 고객들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 따라서 귀하의 책에 초점을 맞출 수는 없고 당사의 정책에 맞는 수준의 판매방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음을 알리는 바이다. KOREAN RECEPTION 에서 귀하의 책을 내놓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사전에 책을 내 놓을 생각이 없고 우리의 전반적인 계획에 혼란을 줄 생각이 없다. 만약 귀하가 우리가 적절한 출판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출판사를 찾아도 좋다.’

무슨 뚱딴지 같은 대화인지. 정말 다른 출판사를 찾고 싶었지만 코앞에 닥친 POSIDONIA 를 생각해서 다독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며칠 후 이번에는 쏟아지듯 열의를 보이는 것이었다.
‘KOREAN RECPTION 에는 우리 파트너 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해달라. TRADE WIND에 좋은 안내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KOREA REPORT에도 상세한 안내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의 표지와 책 전시관 번호도 왔다.

5월13일 책의 얼개가 왔다. 몇 번씩 “당신들의 바쁜 일정에 혼란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 싶은 열망뿐이다” 라고 완곡하게 부탁한 뒤였다. 몇 마디가 붙어 있었다. “책의 얼개를 보내니 한번 보아주기 바란다. 인도의 TYPESETTER 가 보내왔다. 나는 많은 책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당신 책을 보지도 못했다. 바로 인쇄에 들어가야 한다. 8-10일 후에는 책이 나올 것이다.” 보기만 하라는 얘기이고 코멘트를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감지덕지 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에 이런 일을 해내다니 놀라울 뿐이다. 모든 것은 당신의 능력 있는 손에 맡기겠다. 그러나 언뜻 보아서 몇몇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제목은 “KOREAN SHIPYARD NEGOTIATION” 이 아니다. 당신이 바빠서 못 본 것 같으니 바로 고쳐주기 바란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았다면 제목과 부제목의 활자크기를 다르게 하자. 그러면 각각의 EPISODE 가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겠나. 표지는 편집하는 과정에서 제작자가 손을 덴 것 같은데 그건 더 이상 내 얼굴이 아니다. 내 며느리가 새것을 그려서 보낼 테니 바꿔주기 바란다. 늦은 줄 안다. 이번 판에 안되면 다음 판부터라도 바꾸도록 하자.’ 
그날 밤으로 새 초상화가 보내졌다.
이번에는 선선한 회신이 있었다.
‘이번 책에는 새 초상화를 넣을 수 없겠다. 500권 찍은 뒤 새 초상화를 넣도록 하겠다. 그러나 활자 크기는 시작부터 당신 뜻대로 하겠다. 내일 바로 인쇄에 들어 갈 계획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어렵겠다던 초상화는 처음부터 바뀌었고, 쉽다던 활자의 크기는 그대로 있었다.

출판사와 대치 상태로 오래 지날 수는 없었다. 책과 처음 만난 지 열흘쯤 지난 뒤 나는 쓰린 마음을 달래며 출판사에 제안했다.
‘이 책은 몇백권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롱런 할 책이다. 이제 책의 개선점을 재정리해서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목차에는 제목만 넣도록 하자. 부제를 빼는 것이 어렵다면 활자의 크기를 명확히 다르게 하자.
-새 이야기는 새 페이지에서 시작하도록 하자.
-EPISODE 1을 두 부분으로 나눴는데 이것은 원본대로 하나로 붙이자.
-EPISODE 4 의 제목은 “KURT JW SCHOU”로 바꾸자.
-사진은 없애도록 하자.’
그들의 회신은 며칠 뒤에 왔다. 또 일이 많다는 타령이었다.
‘우리는 출판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여러 개가 있다. 당신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개선안은 금년 말이나 되어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인쇄된 책이 팔리는 것을 보아 개선 여부를 결정하겠다. 책은 POSIDONIA 기간 동안 엄청나게 팔렸고 독자들로부터 끊임없는 호평을 접수하고 있다. 사인회와 TV 인터뷰에 참석하지 않은 귀하에 대해 실망했다. 우리는 영어 판권을 귀하에 돌려줄 용의가 있다. 물론 인세를 문다는 전제하에서다.’

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 졌다. 나는 내 친구 사인방 JAMES FREELAND, ADAM CORBETT, JONATHAN PENFOLD 및 IAN MIDDLETON 과 끊임 없이 의논했다.
처음 그들은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말라는 충고로 시작했다. 한국의 촌놈이 WITHERBY 정도의 출판사의 말이라면 고분고분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어투였다. 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도 그럭저럭 읽힌다는 것이었다. 따라가면서 읽으면 문맥이 통하고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에 끝까지 따라 읽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출판사는 무조건 존경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자세였다. 조금 거북하고 불편한 일이 있더라도 그것은 책의 출판뿐 아니고 우리 일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냐는 영국식 체념적인 충고도 했다. 더욱이 “KURT SCHOU” 제목에 관해서는 그것이 출판사의 재량에 달렸다는 것이었다. LIBEL LAW 라고 했다. 어느 개인의 사적인 문제가 걸리면 출판사는 자의로 사람 이름에 관한 부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계약서에도 명기되어 있었다.
MONTREAL 의 JIMMY MURRAY 에게서도 장문의 독후감이 왔다. 책에 대한 칭찬을 한참 늘어 놓고 나서 몇 권을 더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다고 했고, 그 친구들로부터 온 서평도 첨부했다. 나는 그간 진행사항을 설명했다. 책은 좀더 개선 되어야 하고, 책이 내 마음에 들게 만들어 진 뒤, 내가 한 권 서명을 해서 보내 주마 고 했다. 그의 반응은 금새 시무룩해졌다. 네가 책을 얼마나 알기에 천하의 WITHERBY 에 시비를 거느냐는 어조였다.
JAMES 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 책이 영어로 쓰였고 결국 외국인들을 상대로 팔아야 하는데 영국 출판사 특히 WITHERBY 같은 출판사를 잡았다는 것은 행운이고 그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변호사를 써야 하는데 그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영국의 관습법과 싸워서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이 출판사의 모든 실수가 “현대적인 출판기법” 일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 책의 출판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자기 생애의 선박 브로커로서의 성공율 10% 와 비하면 비교할 수 없는 쾌거라는 것이었다.

출판사와의 직접적인 대화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는 SEA TRADE 조선해운 잡지의 전 편집장이며, 이번에 WITHERBY 사를 소개해 주었고, 출판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사인 IAN MIDDLETON 을 중간에 넣기로 했다. 물론 대화의 사본은 4인방 모두에게 보냈다.
‘이안, 나는 당신의 전문적인 그리고 친구로서의 충고를 언제나 고맙게 여겨왔다. 당신의 업계에서의 위치를 존경해왔고 책의 출판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해왔다. 그래서 당신을 계속 괴롭힐 수 밖에 없다. 영어는 나의 모국어가 아니고 따라서 나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는데 모자라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당신들이 쓰는 이 책에 대한 “READABLE” 이란 단어를 받아 들일 수 없다. 이 책은 저자가 목표로 했던 책이 아니며 출판사는 온갖 오류를 범했을 뿐이다. 그들은 스스로 책을 잘못 읽고 있다. EPISODE 사이에 구분이 불분명해지자 거기에 왜 “KURT SCHOU” 가 들어 갔는지 이해 할 수 없어졌고, 그들 마음대로의 판단으로 “최대의 계약운운” 이 된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잘못 읽으면서 어떻게 독자들에게 “READABLE” 이라 할 수 있는가. 나는 최소한의 개선을 요구했으나 그들은 거절했다. 나는 “ENGLISH LIBEL LAW” 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출판사의 실수이지, 어디에도 SCHOU 개인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없다.’
IAN 은 처음으로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수정을 하는 성의를 보인다는 전제아래 WITHERBY와 계속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신이 제기한 문제는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 있어야 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제안이다.’
나는 IAN 의 여름 휴가를 어지럽혔다.
‘IAN, 여름휴가를 망치는 줄 알지만 당신의 도움을 꼭 받아야겠다. 내 책을 출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럿 나타났다. 그러나 WITHERBY 가 아래 사항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WITHERBY 와 계속하고 싶다.
1. 존경 받는 출판사로서 저자가 준 원고를 수정 했을 때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반드시 설명되어야 한다.
2. 책은 내 이름과 TRADEWIND의 소개 때문에 팔렸지 WITHERBY 는 판매를 위한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계약서에 판매에 관한 새로운 문안을 넣어야겠다.
3. 책은 저자와 출판사의 합의하에 만들어져야 하며, 인쇄 전 책의 얼개는 저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4. 책의 판매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책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판매 전망은 어두워진다. 따라서 2판은 수요가 식기 전 가능한 한 속히 출판되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JAMES 와 JIMMY 는 WITHERBY 와 계속하라는 충고를 계속하고 있었다.

IAN 으로부터 결정적인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출판사와 장시간 의논했다. 이 계약으로부터 손을 씻겠다던 자세를 바꿔 적극적으로 출판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책이 워낙 잘 팔리니까 마음을 바꾼 것 같다. 그런데 수정없이 자기들의 VERSION 으로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한국에서 출판을 하겠다면 판권은 돌려 주겠으나 인세를 내라는 것이다. 그들은 영어 사용인들의 감정을 상할 만한 부분을 바꿨다는 것이었다 (부분적으로 나도 동의한다). 내 생각에는 만일 출판사를 바꾸면, 첫째 두 개의 다른 책을 내 놓음으로써 시장에 혼란이 생길 것이고, 둘째 같은 절차를 다시 반복해야 할 위험이 있을 것 같다. 내 강력한 충고는 WITHERBY 와 오해를 없애고 그들과 계속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출판계에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서도 이해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에 빠졌다. 그럴수록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온몸으로 부딪쳐 나갔다.
‘IAN, 아무 보상도 없이 도움을 주는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언젠가 보답할 날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가능하면 WITHERBY 와 함께 하려고 했으나 당신의 마지막 보고를 읽고 그 희망을 완전히 포기했다. 자기들의 VERSION으로 출판하겠다고 했으나 그들의 VERSION이 어디 있는가. 내가 완벽하게 만들어 준 것을 망쳐 놓고 그것을 그들의 VERSION 이라 하는 것이다. 목차가 책의 서두에 있는 이유는 독자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찾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내 원본에는 목차는 제목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거기다 부제목까지 붙여 그것도 같은 활자 크기로 만들어 구분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활자 크기를 바꾸겠다고 약속까지 하고서도 바꾸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벌써 불평이 들어오고 있다. 따라서 목차만 별도로 인쇄해서 책을 사간 사람들에게 보내줄 계획도 하고 있다. “KURT SCHOU” 가  “THOSE FIRST BIG SALES” 로 바뀐 것은 LIBEL 과 아무 상관이 없다. “KURT SCHOU” 는 한 개인에 대한 나의 찬미이다. 전혀 관련자의 신망에 악영향을 줄 일이 없다. 책에는 “JACK DUNCAN”, “TORBEN KARLSHOEJ”, “SIR YK PAO”, “GS LIVANOS”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왜 그들은 그대로 두었는가. 그들이 스스로 혼란에 빠져 왜 거기에 “KURT SCHOU” 가 들어가야 하는가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THOSE FIRST BIG SALES”라니. 그런 제목으로 대표될 어떤 이야기도 내 책에는 없다. 나는 이미 많은 친구들에게 더 이상 책을 사지 말라고 하였다. 현재 이미 추가 주문이 1000권이 넘게 내 손에서 기다리고 있다. 책은 20파운드(50,000원)에 팔렸다. 그 정도 비싼 책이라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쐐기를 박았다.
‘그들이 인세를 요구하는 한 나는 모든 희망을 버리겠다. 당신의 변호사 친구들에게 법적 조치를 요구해 달라. 그 비용이 얼마가 되건 나는 싸우겠다.’
그리고 결론을 지었다.
‘IAN 당신이 그러했듯, 나는 오늘에 이르도록 존경받는 인생을 살아왔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고자 했고 사람들도 나를 같은 형태로 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일은 내 생애에 처음 당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우리 생애를 통해 너털웃음으로 웃어 넘길 수 있는 실수도 보아 왔고, 마음이 쓰라리지만 참아야 할 잘못도 있었고, 결코 타협하거나 참아서는 안될 경우도 있었다. 나는 이 경우에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지혜로 나를 도와다오.’

9월1일 IAN으로부터 최종회신이 왔다.
‘출판사로부터 마지막 결정을 통보 받았다. “LET THERE BE A SHIPYARD” 출판으로부터 철수한다. 단 책의 제목을 바꾼다는 조건이다.’

책의 제목도 우리가 준 것이고 여러 친구들로부터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으나 나는 선선히 그 제안을 받아 들였다. 석 달 동안의 전쟁에 너무 지쳐서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나는 바로 통보해 주었다.
“’LET THERE BE A SHIPYARD’ 를 ‘LET THERE BE A YARD’ 로 바꾸겠다.”

그리고 몇 주 뒤 한국 출판사는 아름다운 책다운 나의 책을 시장에 내어 놓았다.